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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미당학술상 심사평 - 이남호 심사위원장

등록일 2025-07-11 작성자 관리자 조회 58

제1회 미당학술상 심사평

이남호 심사위원장 | 문학평론가·전 고려대학교 부총장

  

 

미당 서정주 선생이 남기신 커다란 문학적 업적은 우리가 기리고 우러러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그 업적들이 시대를 초월해서 우리들에게 즐거움과 의미를 주는 만큼, 우리들도 늘 그 업적들의 새로운 면모를 탐구하여 그 진정한 가치에 가까이 이르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에 새로이 미당학술상이 제정되어 젊은 연구자들을 격려하고, 나아가 미당문학에 대한 관심을 넓히게 된 것은 경하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취지에 호응하여 제1회임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논문들이 여러 편 투고되어 심사자에게 기쁨의 수고를 더하게 하였다. 심사는 비교적 순조로웠고, 두 편의 논문이 선정되었다. 한 편은 『질마재 신화』를 대상으로 귀향의 의미를 살핀 논문(신동옥)이고, 다른 한 편은 “풍격(風格)”이라는 고전시학으로 『동천』의 작품을 비평해본 논문(황경해)이다. 전자는 귀향이라는 관점의 정당성과 자료 섭렵의 충실성과 논리성 그리고 전반적으로 예사롭지 않은 공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자는 중국 고전시학인 시품(詩品)의 비평적 개념을 미당시에 적용해본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미당시가 지닌 보편성의 깊이를 헤아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두 편의 논문으로 하여 우리가 미당시를 만나는 지평이 더 넓어졌다고 말하기에는 성급한 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문이 거기에 이르는 중요한 노력임은 분명하다.

 

한편, 문학 논문은 문학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이 있어야 하고 그 통찰을 이해 가능한 논리적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그렇지만 최근 많은 문학 논문들에서 이론과 현학의 과잉이 문학 작품의 경시와 함께 나타남을 본다. 그리고 사유와 표현이 이해 가능한 명료함에 이르지 못하여 논지가 혼란스러운 경우도 본다. 이번에 투고된 논문들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있다. 문학 연구자들은 문학 작품의 진정한 속살을 만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것과 자기가 확실히 아는 것만 명료하게 사유하고 표현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 그렇지 못하면 문학 논문이 문학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학의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유념해야 할 것 같다.

 

두 분의 수상을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미당 문학에 대한 더 좋은 글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