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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의 호 미당未堂에는 ‘아직 덜 된 사람’이라는 겸손한 마음과 ‘영원히 소년이고자 하는 마음’이 모두 담겨 있어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한 그의 삶과 잘 어울린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만족 없는 탐구’를 꿈꾸는 것, 이것이 바로 ‘미당 문학정신’의 핵심이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미당未堂’이란 호는 자호가 아니고, 외우 미사眉史 배상기 형이 지어 준 것이다. ‘미’ 자가 미래라는 ‘미’ 자라 하여, 미래적인 호가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건 물론 아니고, ‘미숙한 사람’, ‘모자라는 사람’임을 늘 자인하는 내 심경을 짐작하여 벗이 글자를 찾아 준 것임에 불과하다. 그러니 글자는 친구가 찾았으나 뜻은 자호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러나 이 호의 글자의 선택에는 내 벗 미사가 내 장래의 세계적 문명文名을 고려한 흔적이 많이 들어 있다. 그것은 음으로 하면 미당이라 발음되는 이 호는 ‘로댕’이라든지 ‘로맹 롤랑’이라든지 하는 누구나 부르기 쉽고 외기 쉬운 이름들과 한 계통의 쉬운 것으로서, “뒤에 세계적으로 불릴 경우를 생각하고 그렇게 했네” 하고 이 작호자가 설명해 주었으니 말이다. 벗의 마음 씀씀이대로 이 미당이라는 호가 뒷날 얼마나 세계적이 될 것인지 내 그걸 여기 미리 예측할 도리는 전연 없으나, 하여간 기왕이면 부르고 외우기 쉬운 것도 무방하고, 그 뜻도 잘난 듯한 것보단 내 형편에 맞는 듯하여 아직도 이걸 쓰고 있다. 또 물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이만큼 한 호 하나로 나는 아주 만족할 것이다.“

서정주, 「내 아호의 유래」(1964)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