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guk University
제1회 미당학술상 수상 소감 - 신동옥
제1회 미당학술상 수상 소감
신동옥 | 시인·한양대학교 조교수
제1회 미당학술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동국대학교와 미당연구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부족한 글을 낙점해주신 세 분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인사 올립니다. 성실하게 완결하는 데 의미를 두고 쓴 미욱한 글에 격려의 손길을 얹어주신 그 의미가, 앞으로 이어질 미당학술상의 영예를 드높이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4년 전, 미당 만큼이나 동국대학교와 인연이 깊은 신경림 시인의 첫 시집에 대한 연구를 위해 동국대 도서관을 종종 들렀습니다. 신경림의 ‘목계’의 의미를 찾으려 헤매다가 백석의 ‘여우난곬’과 송수권의 ‘줄포’까지 톺아 읽어 보았습니다만 요령부득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미당의 ‘질마재’를 읽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질마재 신화』 출간 5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신화의 불가능성’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게 되었지요. 신화에 속지 않고, 불가능성을 그대로 끌어안은 미당의 방법론이 무엇이었을까? 유종호, 이남호, 윤재웅, 최현식 선생님께서 웅숭깊은 연구의 진경을 펼쳐 보인 것을 감탄해 가면서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다 ‘귀향’이라는 주제어에 도달했습니다. 글을 마친 지금 미당학술상을 받게 되니, 이 연구의 남은 몫이 어떻게 봉합될지 고민이 더욱 깊어집니다.
이 땅을 앞서 살아간 문인들이 엮어 낸 생채(生彩)와 그들을 헤아려 읽어 온 선배 연구자들이 길어올린 사유의 깊이 속에서 갈피를 놓치기 일쑤였던 듯합니다. 그럴수록 초심을 되새기며 겸허하게 연구자의 책상 앞으로 돌아가라는 가르침으로 이 상을 받아들겠습니다. 아울러, 미당이 남긴 빛과 생채, 그림자와 깊이를 한데 들여다보며 느낀 부끄러움과 소중한 배움의 시간들을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미당의 질마재 속에 그려진 삶의 풍속은 제게 그리 낯설지 않은 풍광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자라온 그곳의 이야기가 그대로 그려진 듯했기 때문이겠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오는 그 실감은, 고등학교 이후 타향살이를 하다가 문득 고향으로 돌아갈 때마다 엉뚱한 길을 잡아 돌아 돌아서 뒤늦게 당도했다 서둘러 쫓기듯 떠나왔던 기억과 겹치기도 합니다. 돌아 돌아서 더디게 당도하는 그 길 위에서 만난 모든 분들, 시와 비평과 연구의 갈림길에서 경계하며 걸어온 지난 시간들을 보듬어 주신 모든 분들과 이 상의 영예를 함께하고 싶습니다.
더 바지런히 읽고, 더욱 경계하며 쓰라는 죽비로 받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 인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