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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미당학술상 심사평 - 이남호 심사위원장

등록일 2026-09-04 작성자 관리자 조회 74

제2회 미당학술상 심사평

이남호 심사위원장 | 문학평론가·전 고려대학교 부총장

  

 

남의 말을 귀담아 잘 듣고 그 참뜻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남의 말을 대충 듣고 제 멋대로 이해하기 일쑤다. 여기에는 언어라는 불완전한 매개체의 문제도 있지만,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는 허술한 태도와 안일한 관성의 문제도 크다. 문학하는 사람, 특히 시인은 언어를 최대한 정확하게 사용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겉보기와 달리, 시인은 애매하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이것은 시를 읽는 사람들이 시의 참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극도의 신중함과 겸손함을 지녀야 함을 뜻한다. 시를 읽는 사람은 시가 건네는 말에 겸손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 귀 기울여도 그 참뜻이 잘 드러나지 않거나 오히려 어떤 의문이 생길 때 시의 연구는 시작된다.

 

「『서정주시선』의 공동체 화자 ‘우리’와 ‘있어야 할 세계’의 구현 양상 연구」(김언)는 『서정주시선』을 신중하고 겸손하게 읽고 거기서 좋은 문제와 합당한 답을 찾은 논문으로 보인다. 좋은 문제는 화자의 이전의 ‘나’에서 공동체 화자 ‘우리’로 바뀌었다는 것이고, 합당한 답은 고통스런 현실에 대응하는 태도에서 찾아진다. 「무등을 보며」, 「풀리는 한강가에서」, 「학」, 「상리과원」 등등의 수많은 명편들의 놀라움을 이해하는 데 이 관점은 소중한 도움을 준다. 게다가 연구자의 사유와 문장은 평이하고 분명해서 논리 전개의 허당과 이해의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 이 논문의 문제의식과 문장은 별개의 것이 아닐 것이다.

 

「예지의 시학—『서정주시선』(1956)과 유계(幽界)의 이미지」(박연희)도 흥미롭고 진지한 논문이다. 예지의 시학과 영원성과 유계의 이미지를 하나의 의미망으로 아우르면서 더 나아가 『서정주시선』의 핵심인 고통스런 현실에 대한 대응 태도와도 연관시키고 있다. 대범한 문제의식이다. 한편 논자의 설명과 주장 가운데 잘 이해되지는 않는 부분이 있는 듯하고, 시의 해석에서도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논문의 대담함과 공력은 이 아쉬움을 덮어준다.

 

이 이외에 두 편의 논문에 오래 눈길이 갔다. 하나는 미당의 시학을 ‘연연과 초연’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의미화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당 시 속의 ‘가족-여성’의 문제 하나를 흥미롭게 해명한 것이다. 두 편 모두 좋은 통찰력과 설득력 있는 논리와 문장으로 미당 문학의 이해에 빛을 던져주는 논문이다. 선외가 된 것에 대해서 심사자로서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다.

 

선택된 논문에 대해서는 축하를 보내고, 그렇지 못한 논문에 대해서는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미당 문학의 세계와 좋은 인연을 맺고 있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