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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미당학술상 수상 소감 - 김언

등록일 2026-09-04 작성자 관리자 조회 52

제2회 미당학술상 수상 소감

김언(김영식) | 시인·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조교수

 

 

  

제2회 미당학술상 수상 통보를 받고서 기쁨보다는 놀라움이 앞섰습니다. 연구자보다는 창작자로 지내온 이력이 대부분이다 보니, 이렇게 귀한 의미가 담긴 학술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도 잠깐 따져보았습니다. 소박한 주제일지라도 차근차근 성실히 논의를 이어가고자 애쓴 흔적을 심사위원 선생님들께서 가상히 여겨주신 덕에 찾아온 행운이라고 여깁니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제 나름으로 애를 쓴 것과 별개로, 미당시에 대해 숱하게 쟁여져 있던 선행 연구에 빚진 바가 적지 않습니다. 앞서 수행된 연구들이 없었더라면, 충실히 논거를 쌓기도 힘들었을뿐더러 새롭게 문제의식을 갖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선행 연구자분들이 닦아놓은 길 위에 수월하게 올라타는 기분으로 글을 이어갈 수 있었기에 각별히 감사한 마음을 남깁니다.


연구 대상인 『서정주시선』을 정독하면서 새삼 흥미로우면서 의문스러웠던 점은, 한국전쟁이라는 참혹한 시기를 통과한 후에 나온 시집임에도 밝고 건강한 면모와 초연하고 관조적인 시선이 도드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란을 통과한 시에 흔히 기대되는 상처와 고통으로 점철된 정서에서 한 발짝 물러선 듯한 시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가 자연스럽게 과제로 남았습니다. 이때 발견된 시어가 복수 주체 대명사 ‘우리’였습니다. 특히 『서정주시선』에서는 미당의 이전 시집들과 달리 ‘우리’가 공동체 화자로 등장한다는 사실이 이채로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미당의 시에서 ‘우리’라는 공동체 화자는 ‘있는 세계’로서의 참혹한 현실을 딛고 ‘있어야 할 세계’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시적 장치였습니다. 달리 말하면 전란을 통과하면서 ‘나 죽겠다’가 아니라 ‘우리 같이 살자’는 방향으로 삶의 관점과 시적 인식이 옮겨가는 와중에 탄생한 시집이 『서정주시선』이라고 하겠습니다. 시인의 시력에서 이전 시집들과 변별되는 동시에 이후 시집들과도 미묘하게 다른 위상을 거느리는 『서정주시선』의 특이점을 ‘우리’라는 공동체 화자로 짚어준 것이 이 논문에 부과할 수 있는 나름의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 논의되어야 하는 지점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시적 장치로만 ‘우리=공동체’ 화자를 읽어내는 것이 일정 부분 한계를 보인다면, 그 반대편에서 해방과 전란을 겪으면서 자기 서사의 합리화와 재구성의 산물로 ‘우리=공동체’ 화자를 판단하는 시선도 협소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필이면 가장 힘든 시기에 ‘우리’라는 공동체 화자를 내세워서, 현실로 주어진 ‘있는 세계’가 아니라 현실 너머로 보이는 ‘있어야 할 세계’를 노래하는 시가 되었는지는 더 정치하게 따져봐야 할 지점으로 남습니다. 이 점은 추후 보강된 연구로 다시 찾아뵙겠다는 말씀을, 소박한 논문을 풍성하게 읽어주신 여러 선생님께 약속으로 드리고자 합니다.


문학 창작과 마찬가지로 문학 연구 역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그의 작품과 세계에 대해서, 맹목적인 시선을 거두고 찬찬히 이해하고자 하는 시간이 충분히 쌓이고서야 비로소 달리 보이는 지점이 생겨납니다. 어쩌면 그 지점이 문학의 출발점이자 문학 연구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미당의 시력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 끝에 밝고도 건강한 시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도 이해에 이해를 더 쌓는 시간을 거치면서 구명하고자 합니다.


이제껏 연구자로서 다져온 이력이 적다 보니 감사에 이어 각오를 다지는 쪽으로 소감을 마치고자 합니다. 미당학술상의 역사에 이름을 올린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더 정진하는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예를 주신 동국대학교 미당연구소와 미당학술상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