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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미당학술상 수상 소감 - 박연희

등록일 2026-09-04 작성자 관리자 조회 54

제2회 미당학술상 수상 소감

박연희 |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미당 서정주 선생님의 문학을 기리는 명예로운 학술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어 더없이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특히 『서정주시선』 출간 7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에 그 문학적 의미를 되새기는 논문으로 제2회 미당학술상을 받게 되어 감회가 더욱 각별합니다. 부족한 연구에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동국대학교 미당연구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논문을 세심하게 살펴주시고 깊이 있는 조언을 해주신 이남호, 김춘식, 최현식 심사위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들의 글을 읽으며 문학 공부를 해 온 저로서는 이번에 보내주신 격려와 질정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그 뜻을 연구의 마음가짐으로 삼아 앞으로도 성실하게 미당 연구를 이어가겠습니다.


10여 년 전, 저는 서정주 선생님의 고향인 고창에서 ‘질마재문화축제’의 실무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당의 문학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현장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미당 연구와 관련된 학술행사와 학술서를 기획하며 여러 연구자들과 함께 기존 문학사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작품들을 두루 살펴보고, 미당 문학의 다양한 면모와 현재적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가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노력해왔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경험은 미당 문학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인 연구의 길로 이끌어준 소중한 출발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주로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의 시문학을 문화론의 측면에서 공부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미당 문학을 빼놓지 않고 논문으로 다루어온 것도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쓴 글은 미당이 해방기에 발간한 창작 입문서와 동국대학교 퇴임을 앞두고 세계여행을 하며 신문에 연재했던 기행문과 기행시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미당에게 세계여행은 민족, 전통, 동양이라는 사유를 세계적 보편성의 이념으로 확장해 나가는 경험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세계여행을 다녀온 미당은 1980년대에 역사 시집이라고도 할 만한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1982)를 발간하여 민족의 기원과 역사를 신화화하는 한편, 범세계한국예술인회(1984)를 결성하고 월간지 『문학정신』(1986)을 창간하는 등 민족문학의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했습니다. 미당이 해방기에 예지의 시론을 구상하며 “이 경지는 어쩌면 인류의 정서를 샅샅이 통달한 연후의 일인 것 같다”라고 언급했는데, 그때 고려했던 세계적 차원의 민족정신은 말년에 이르러 문학적·문화적 실천의 형태로 구체화된 느낌도 듭니다.


제가 미약하나마 미당에 관한 논문을 쓰기 시작했을 당시에도 이미 미당 연구는 상당한 규모로 축적되어 있었지만, 그에 비해 미당의 다양한 이력과 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평가하는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존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부분들을 살펴보면서 나름대로 새롭게 접근해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과 열의에도 불구하고 미당 연구에 온전히 매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늘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서정주시선』 출간 7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할 기회가 있었고, 이를 계기로 다시 미당 문학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냉전의 시인들』(소명출판, 2026)을 펴내면서 공부했던 시인들의 한국전쟁기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예지의 시학― 『서정주시선』(1956)과 유계(幽界)의 이미지」를 발표했습니다. 이 글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당 시의 초월성과 심미성이 더욱 강화되는 면면을 ‘예지의 시학’이라는 관점에서 재독한 것입니다.


『서정주시선』은 시선집이지만, 단순히 특정 시기의 시론이나 개별 작품에 나타나는 표현상의 특징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미당이 자신의 시문학을 어떻게 이해하고 구성했는지를 보여주는, 미당의 고유한 미학적 사유 체계를 담고 있는 중요한 작품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논문을 쓰는 동안 『서정주시선』을 다시 꼼꼼히 살피면서 그동안 익숙하게 보아왔던 작품들 속에서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이미지와 사유의 연결을 읽어내고자 고민했습니다. 이를 전후문학사의 (비)연속이라는 맥락에서도 바라보며 무엇보다 1950년대에 미당이 사용한 ‘유계(幽界)’라는 용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서정주시선』의 몇몇 작품을 유계의 이미지와 연결해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미당의 시편에 드러나는 비가시적인 세계를 온전히 헤아리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학술상 수상을 계기로 그 심연에 다시 천천히 다가가 미당 시문학의 깊이와 의미를 새롭게 탐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당은 68년간 시집에 수록되지 않은 시편까지 포함해 무려 1,210편 이상의 시를 썼습니다. 미당의 시에 기록된 장구한 문학적 시간은 하나의 거대한 아카이브를 이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광대한 세계 앞에서 미당 연구를 다시 다짐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학술상은 제게 한 편의 논문에 대한 평가를 넘어, 미당 문학을 좀 더 깊이 공부하고 앞으로도 성실하게 연구를 이어가라는 격려의 말씀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뜻을 오래 마음에 새기며, 특히 윤재웅 총장님을 비롯해 미당 연구자들께서 닦아 오신 연구의 지평을 염두에 두면서 저 역시 미당 문학을 후학들에게 잘 전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더 많은 작품을 살펴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귀한 상을 주신 동국대학교 미당연구소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