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guk University
국화 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솥작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든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었나 보다
-『서정주시선』(1956)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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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의 계절, 그리고 누님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이 나에게 오면 ‘간밤’이라는 아주 가까운 시간이 되고, 가슴 조이는 그 의미 역시 무서리와 직접 연결된다. 시가 진행되어 갈수록 먼 데서 가까운 곳으로, 넓은 데서 좁은 데로 국화는 우리 옆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우리는 「국화 옆에서」의 그 ‘옆’이란 말을 실감하게 된다.
국화 속에서는 모든 생명을 죽이는 서리가 오히려 꽃을 피우는 초월의 힘으로 작용한다. 누님도 나도 이 서리의 역반응에 의해서 비로소 삶의 ‘노란 꽃잎’은 그 아름다움을 얻는다. 누님의 그 노란 꽃잎이 여성으로서의 최종적인 아름다움의 도달점이라고 한다면 잠 오지 않은 간밤의 무서리 속에서 피어나는 ‘나’의 그 노란 꽃잎은 시인이 고통 속에서 얻어낸 아름다운 몇 줄의 시일 것이다.
이어령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