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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주무시고

등록일 2025-06-24 작성자 관리자 조회 264

 

님은 주무시고

 

님은  
주무시고  
나는  
그의 벼갯모에  
하이옇게 수놓여 날으는 
한 마리의 학이다.  

그의 꿈속의 붉은 보석들은  
그의 꿈속의 바닷속으로  
하나하나 떨어져 내리어 가라앉고  

한 보석이 거기 가라앉을 때마다  
나는 언제나 한 이별을 갖는다.  

님이 자며 벗어 놓은 순금의 반지   
그 가느다란 반지는  
이미 내 하늘을 둘러 끼우고  

그의 꿈을 고이는   
그의 벼갯모의 금실의 테두리 안으로  
돌아오기 위해  
나는 또 한 이별을 갖는다.  

-동천(1968) 수록

 

잠든 님과 나의 근거리가 아슬아슬해 님의 잠 고이는 베갯모의 테두리 너머 나 그만 하얗게 학(가벼움)이 되어 난다(위로). 그러나 님 혼자 붉은 보석(무거움)되어 잠의 바다로 가라앉으니(아래로), 가까울수록 더욱 멀어지는 이별, 곁에 있어 더욱 그리운 님. 유혹과 금지가 팽팽하게 당기는 안타까움의 에로티즘. 쉿, 우리 님 잠 깨실라.

김화영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