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guk University
님은 주무시고
님은
주무시고
나는
그의 벼갯모에
하이옇게 수놓여 날으는
한 마리의 학이다.
그의 꿈속의 붉은 보석들은
그의 꿈속의 바닷속으로
하나하나 떨어져 내리어 가라앉고
한 보석이 거기 가라앉을 때마다
나는 언제나 한 이별을 갖는다.
님이 자며 벗어 놓은 순금의 반지
그 가느다란 반지는
이미 내 하늘을 둘러 끼우고
그의 꿈을 고이는
그의 벼갯모의 금실의 테두리 안으로
돌아오기 위해
나는 또 한 이별을 갖는다.
-『동천』(1968) 수록
※
잠든 님과 나의 근거리가 아슬아슬해 님의 잠 고이는 베갯모의 테두리 너머 나 그만 하얗게 학(가벼움)이 되어 난다(위로). 그러나 님 혼자 붉은 보석(무거움)되어 잠의 바다로 가라앉으니(아래로), 가까울수록 더욱 멀어지는 이별, 곁에 있어 더욱 그리운 님. 유혹과 금지가 팽팽하게 당기는 안타까움의 에로티즘. 쉿, 우리 님 잠 깨실라.
김화영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