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guk University
간통사건과 우물
간통사건이 질마재 마을에 생기는 일은 물론 꿈에 떡 얻어먹기같이 드물었지만 이것이 어쩌다가 주마담走馬痰 터지듯이 터지는 날은 먼저 하늘은 아파야만 하였습니다. 한정 없는 땡삐 떼에 쏘이는 것처럼 하늘은 웨—하니 쏘여 몸써리가 나야만 했던 건 사실입니다.
“누구네 마누라허고 누구네 남정네허고 붙었다네!” 소문만 나는 날은 맨 먼저 동네 나팔이란 나팔은 있는 대로 다 나와서 “뚜왈랄랄 뚜왈랄랄” 막 불어자치고, 꽹과리도, 징도, 소고도, 북도 모조리 그대로 가만 있진 못하고 퉁기쳐 나와 법석을 떨고, 남녀노소, 심지어는 강아지 닭들까지 풍겨져 나와 외치고 달리고, 하늘도 아플밖에는 별 수가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픈 하늘을 데불고 가축 오양깐으로 가서 가축용의 여물을 날라 마을의 우물들에 모조리 뿌려 메꾸었습니다. 그러고는 이 한 해 동안 우물물을 어느 것도 길어 마시지 못하고, 산골에 들판에 따로따로 생수 구먹을 찾아서 갈증을 달래어 마실 물을 대어 갔습니다.
-『질마재 신화』(1975) 수록
※
이 작품에서 당사자들은 소문 속에만 있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회 특히 폐쇄적인 부락 공동체가 보여 주는 반응이 모티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질마재의 반응은 극히 이색적이다. 당사자들을 직접 조롱하거나 견책하거나 구경감으로 삼는 일 같은 것은 보여 주지 않는다. 가족 윤리와 가정 질서 파괴자를 희생양으로 몰고 감으로써 하늘의 노여움을 풀고 마을의 부정不淨 정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부락 공동체가 스스로 자기 징벌을 과하는 형태를 취한다.
있을 수 있는 일탈행위가 야기하는 마을 전체의 막심한 불편과 노역勞役을 통해 욕망의 조정을 꾀하는 하나의 율법적 의식儀式이라 할 수 있다. 소문이 나자마자 나팔, 꽹과리, 징, 북, 소고 등을 모두 들고나와 난리 법석을 치고 거기에는 강아지나 닭까지 동원된다. 부락 공동체가 총동원하여 지극히 은밀한 일을 백일하에 공개함으로써 프라이버시의 아슬아슬한 취약성을 다시 상기시키는 것이다. 자기 징벌은 욕망에 대한 극기 훈련이기도 하다.
하늘이 아프다는 것은 성적 질서 파괴가 천도에 거슬리는 큰 죄과라는 것의 함의이다. “꿈에 떡 얻어먹기같이 드물다”는 가난 문화 특유의 어법 차용이나 “뚜왈랄랄 뚜왈랄랄” 같은 의성음의 발명에서 다시 시인은 우리말의 마술사임을 보여 준다.
유종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