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guk University
부활
내 너를 찾어왔다 수나叟娜. 너 참 내 앞에 많이 있구나. 내가 혼자서 종로를 걸어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 오는구나. 새벽닭이 울 때마닥 보고 싶었다. 내 부르는 소리 귓가에 들리드냐. 수나, 이게 몇만 시간만이냐. 그날 꽃상여 산 넘어서 간 다음 내 눈동자 속에는 빈 하눌만 남드니, 매만져 볼 머리카락 하나 머리카락 하나 없드니, 비만 자꾸 오고…… 촛불 밖에 부흥이 우는 돌문을 열고 가면 강물은 또 몇천 린 지, 한번 가선 소식 없든 그 어려운 주소에서 너 무슨 무지개로 내려왔느냐. 종로 네거리에 뿌우여니 흩어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볕에 오는 애들. 그중에도 열아홉 살쯤 스무 살쯤 되는 애들. 그들의 눈망울 속에, 핏대에, 가슴속에 들어앉어 수나! 수나! 수나! 너 인제 모두 다 내 앞에 오는구나.
-『화사집』(1941)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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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시를 처음 읽고 통째로 가슴이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때는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친구가 시 한 편을 적은 종이를 내게 보이며 읽어 보라고 준 것이 바로 이 시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가 자라서 좋은 시인이 되려면 바로 이런 시를 자주 읽고 써야 한다고 단언했다.
미당의 「부활」은 내가 그때까지 한국의 훌륭한 대표시라고 읽었던 시들과는 어딘가 많이 달랐다. 한국의 선배 시를 제법 섭렵했다고 믿었었는데 느낌부터 생판 다른 이 시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어딘지 촌스럽고 점잖지 못한 것 같고 주책없이 우는지 한 맺힌 넋두리 같기도 한 시,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혼자 환각에 빠져드는 듯한 묘한 분위기에서 황당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정확한 표현으로 읽히던 시, 오래 헤어졌던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 같은 가슴 벅찬 행복감으로 그 시를 어느 틈에 다 외워 버리고 말았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 미당의 시에 빠져서 살았던 그때의 기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 황홀한 환청과 환시로 나를 살게 했던 시 「부활」을 아직도 아름다운 한국 시의 대표작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종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