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연구소
Dongguk University
산수유 꽃나무에 말한 비밀
어느 날 내가 산수유 꽃나무에 말한 비밀은
산수유꽃 속에 피어나 사운대다가……
흔들리다가……
낙화하다가……
구름 속으로 기어들고,
구름은 뭉클리어 배 깔고 앉었다가……
마지못해 일어나서 기어가다가……
쏟아져 비로 내리어
아직 내 모양을 아는 이의 어깨 위에도 내리다가……
빗방울 속에 상기도 남은
내 비밀의 일곱 빛 무지개여
햇빛의 프리즘 속으로 오르내리며
허리 굽흐리고
나오다가……
숨다가……
나오다가……
-『동천』(1968) 수록
※
아주머니 소근거리는 귓속말씀은
칠월달 감나무 같긴 하옵니다만
(...)
당신네 집 제일 이쁜 어린 애기는
칭얼칭얼 늘 그냥 그럴 뿐이지
어디메 귓속말이나 할 줄이나 알아요?
- 서정주, 「귓속말」
시인이 아주머니처럼 산수유나무에 대고 귓속말로 소곤거리다니 이게 웬 말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시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이쁜 어린 애기"의 칭얼대는 늘 그냥 그럴 뿐인, 그야말로 천진무구한 말로 산수유나무에 대고 말한 것이 확실하다.
보아라, 메말랐던 산수유나무에서 꽃이 피고, 그 꽃이 흔들리다가 떨어지고 이윽고 구름 속으로 기어들어가 비로 내리니. 아! 빗방울 속에 상기도 남은 비밀의 일곱 빛 무지개는 시인이 세상에 남긴 시가 아닌가. 그러니 그런 시인을 아는 이의 어깨를 감싸며 내리는 비는 얼마나 뭉클한가.
박형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