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연구소
Dongguk University
내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아내가 새벽마다 장독대에 떠 놓은
삼천 사발의 냉숫물.
내 남루와 피리 옆에서
삼천 사발의 냉수 냄새로
항시 숨 쉬는 그 숨결 소리.
그녀 먼저 숨을 거둬 떠날 때에는
그 숨결 달래서 내 피리에 담고,
-『서정주문학전집』(1972) 수록
※
삼천 사발의 냉숫물로 정히 빌어 서정주 시인은 바람나지 않았으리. 아내의 긴긴 여운의 기도가 방방곡곡에 스며 있었으리. 삼천 사발의 냉수 속에 두 내외분이 함께 찰랑찰랑 살고 있을 것. 물론 아내가 먼저 숨을 거두고 다시 삼천 사발 냉수 속에 아내를 껴안고 숨결 달래서 피리에 담고, 그러나 시인도 곧 그 뒤를 따랐다. 눈발 날리는 2000년 12월 24일 밤, 그 삼천 사발의 윙크를 받고 시인은 아내의 사발 속으로 들어가셨다.
신달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