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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

등록일 2026-10-12 작성자 관리자 조회 634

 

  내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아내가 새벽마다 장독대에 떠 놓은
  삼천 사발의 냉숫물.

  내 남루와 피리 옆에서
  삼천 사발의 냉수 냄새로
  항시 숨 쉬는 그 숨결 소리.

  그녀 먼저 숨을 거둬 떠날 때에는
  그 숨결 달래서 내 피리에 담고,

  내 먼저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면
  내 숨은 그녀 빈 사발에 담을까.

   -『서정주문학전집』(1972) 수록

 

※

삼천 사발의 냉숫물로 정히 빌어 서정주 시인은 바람나지 않았으리. 아내의 긴긴 여운의 기도가 방방곡곡에 스며 있었으리. 삼천 사발의 냉수 속에 두 내외분이 함께 찰랑찰랑 살고 있을 것. 물론 아내가 먼저 숨을 거두고 다시 삼천 사발 냉수 속에 아내를 껴안고 숨결 달래서 피리에 담고, 그러나 시인도 곧 그 뒤를 따랐다. 눈발 날리는 2000년 12월 24일 밤, 그 삼천 사발의 윙크를 받고 시인은 아내의 사발 속으로 들어가셨다.

신달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