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guk University
눈이 오면
눈이 오면 눈 오면 산으로 갈까?
혼자서 혼자서만 산으로 갈까?
님 그리는 이 마음 산에서 홀로
또 하나 산이 되어 솟아 있을까?
눈이 오면 눈 오면 바다로 갈까?
혼자서 혼자서만 바다로 갈까?
님 그리는 이 마음 바다에 홀로
출렁이는 물결 되어 하늘에 닿을까?
함박눈이 수부룩이 내리는 날은
길거리로 나가서 쏘다녀 볼까?
그린 님 모습 모습 눈여겨보며
큰 거리도 뒷골목도 헤매어 볼까?
-『노래』(1984) 수록
※
사랑은 한순간의 상태가 아니라 동사를 꿈꾼다. ‘그리워하다’는 ‘그립다’보다 밀도가 높은 말. ‘그립다’고 내뱉고 나면 빈 마음을 파고드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오롯이 욕망의 몫이 된다. 그래서 화자는 끝내 그 말을 삼킨다. 그리움은 하늘과 바다 사이에서 출렁이는데 대상에 닿지 못한 마음은 질문이 되어 화자에게 되돌아온다. 아마도 짝사랑일 터. 이런 사랑이라면 “눈이 오면 눈 오면” 정처 없이 떠돌아도 좋을 것이다. 뒷골목 어디라도 헤매어도 좋을 것이다. 고희를 앞둔 미당의 시에서 “수나! 수나! 수나!”(「부활」, 1939)를 외치며 종로를 헤매던 젊은 청년의 모습이 겹쳐진다. 미당의 시는 이처럼 해탈이 없어서 좋다.
휘민 시인·미당연구소 전임연구원